잘 읽히는 뉴스레터 만들기: WP, NYT case study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주효한 방법으로 뉴스레터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시대다. 물론 뉴스레터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미디어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미 아침만 되면 인박스를 가득 채우는 뉴스레터가 노이즈라는 지적도 벌써 일고 있긴 하지만. 사실 그렇기 때문에 내 뉴스레터의 주목도를 높이는 전략은 더더욱 중요하다. 오늘은 성공적인 뉴스레터 운영을 위해 WP와 NYT가 최근 뉴스레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정리해 보고자 한다.

기본: 데일리 브리핑

뉴스레터 중 가장 기본적인 종류다. 매일 아침 주요 뉴스를 묶어서 전달한다. 종합일간지이기에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며, 한국에서도 중앙일보 등이 데일리 뉴스레터를 서비스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 위주로 살펴본다.

NYT - Morning Brief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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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을 좋아하는 건 만국 공통인가 새삼 느낀다. 오늘의 뉴스레터에서 어떤 토픽을 다루는지 한문장으로 요약하고, 기사처럼 뉴스레터를 작성한 기자의 크레딧을 넣는다. 크레딧을 잘 보이는 위치에 노출하는 것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브리핑하는 모든 뉴스의 크레딧을 강조할 필요는 없지만, 오늘 아침 나의 메일함에 누가 직접 대고 말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건 알고 싶은 정보기도 하니까. 가급적이면 닉네임이나 팀이름보다 실명이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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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렛포인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주요 토픽과 관련된 기사를 제공하는데, 보낸 소식을 읽고 궁금할 때 더 찾아보는 수고를 크게 줄여준다. 특히 NYT는 반드시 자사 웹사이트로 넘어가야만 뉴스레터가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 뉴스레터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정보 획득이 될 수 있도록 신경쓴 구석이 여기저기 보이는데, 다음과 같은 부분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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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사정의 이해가 필요하거나 전문용어가 튀어나오는 브리핑의 경우, 간략한 설명을 덧붙인다. ‘궁금하면 이 기사를 읽어봐!’보다 훨씬 더 뉴스레터의 본질에 집중한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정보를 전달하는 가치를 중요시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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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가 오랜 시간 뉴스레터 포맷을 실험한 노하우가 나는 이런 섹션에서 잘 드러난다고 느낀다. 명망높은 종합일간지가 보내는 데일리 브리핑에는 어쩐지 하드뉴스만 들어가야 할 것 같고, 마땅히 그래야만 독자들의 호응이 좋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마치 데이블이 개인화 맞춤 추천 콘텐츠를 보여줄 때에도, 반드시 해당 유저의 데이터에 따른 전형적인 결과만 도출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의외의 주제, 살짝 포커스에서 벗어나 보이지만 흥미로워 보이는 주제를 던져줄 때 오히려 자연스러운 추천 결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호응이 높다. 아마도 사람의 뇌란 한 가지 생각에만 머무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어서 그럴까. ‘다른 생각’으로 흘러가는 플로우까지 뉴스레터 안에서 커버하는 점이 재밌다.

더불어, 이러한 포맷은 NYT의 구독모델 프로모션에도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다. NYT는 Cooking 섹션만 디지털 구독을 따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독료도 일반 구독보다 Cooking이 제법 비싸다. Cooking을 맛보기로 제공하기에는 뉴스레터에 이렇게 심는 게 딱이다. 이를 유사하게 활용한다면, 자사가 가지고 있는 서브 브랜드를 데일리 브리핑에서 효율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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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의 모든 섹션과 달리, 기사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는 섹션이 마지막에 붙는다. 끝의 끝까지 뉴스레터의 스크롤을 내린 독자라면 읽을 시간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NYT는 people’s interest 기사나 흥미로운 외국 지역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 자주 싣곤 한다. 어떤 기사가 어떤 호흡에서 잘 읽히고 주목을 받는지 이해한 후 적절히 배치한 사례라고 본다.


전반적인 편집에는 복잡한 스타일링이 사용된 구석이 단 한 군데도 없고, 이미지도 각 섹션마다 하나씩 들어가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링크, 볼드, 언더라인만 활용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섹션을 건너뛰지 않고 읽는다면 10분(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용자임을 감안하라) 정도가 걸린다. 하드뉴스 브리핑까지만 읽는다면 5분 이하다.

인상깊은 점 한 가지를 마지막으로 꼽자면, NYT의 모닝 브리핑은 지역 시간대에 맞추어서 발송한다는 것이다. 다른 외국 언론사들의 뉴스레터는 현지시간 기준으로 아침일 때 오는 경우가 많아서 보통 내 메일함에 새벽에 꽂혀 있는데, NYT의 뉴스레터는 한국 시간으로 새벽 6시에 온다. 섬세하다.


WP - The Post M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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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는 NYT에 비해 훨씬 간결한 포맷을 선택했다. 각 형식에 분명한 장단점이 있는데, 이 둘을 비교하면 확연하다. WP의 뉴스레터가 훨씬 한 눈에 훑어보긴 쉽다. 그리고 결국 자세한 이야기를 원한다면 링크를 눌러 기사를 읽어야 하므로, 웹사이트 전환율은 더 높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보다시피 기사의 제목만 덜렁 내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그 기사가 어떤 내용과 어떤 맥락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기사의 개별 크레딧도 뉴스레터에 넣을 만큼 중요한지는 역시 잘 체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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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배치는 비슷하다. 하드 뉴스 - 하드 뉴스(곁다리) - 잠깐 눈 돌리는 스토리 - 다시 읽어볼만한 하드 뉴스 순이다. 기사 2~3개를 배치하고 이미지, 혹은 광고를 넣는 리듬을뉴스레터에 걸쳐서 반복한다. 뉴스레터에 별도의 섹션이 존재하지 않지만, WP의 뉴스레터는 섹션별로 기사를 명확히 구분해 제공한다기보단 개별 기사 중 중요한 기사들을 클리핑해 전달하는 느낌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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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간결한 뉴스레터의 맨 마지막에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뉴스레터를 추천한다. 70여가지의 뉴스레터가 있는 WP에게 알맞은 전략이다. 개인적으로는 구독할만한 뉴스레터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 뉴스레터 종류가 워낙 많으니 압도당해서 결국 기본 뉴스레터만 구독하는 것으로 끝낸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꼬리에 달라붙는 이런 소소한 추천이 반갑고 재밌다.


전반적인 편집은 (당연하게도) NYT보다 훨씬 깔끔하다. 제공하는 글자 수가 아예 다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꼭 기사를 더 읽으러 넘어가지 않고 뉴스레터만 훑어봐도 어떤 이슈가 지금 중요한지 알 수 있어서 편리하다. 깔끔하게 잘 정리된 원페이지 기획서를 읽는 느낌. 기사로 넘어가지 않고 뉴스레터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면 3분 정도만 소요된다.


심화 : 프로모션 뉴스레터

NYT, WP 모두 자사의 행사나 특별 생중계, 혹은 다른 브랜드를 프로모션하기 위한 뉴스레터를 보낸다. 특히 WP가 이런 프로모션 뉴스레터를 매우 잘 활용하는 편이라고 느낀다.

NYT - Coo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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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모닝 브리핑만 발송시각을 현지화하고, 다른 뉴스레터는 발송시각을 현지화하지 않은 NYT에게 어찌 보면 감사하다고 외쳐야 할 것만 같은 (정말 식욕을 자극하는 사진들이 넘쳐난다) Cooking의 뉴스레터. 흥미로운 점은 내가 별도로 Cooking 뉴스레터를 구독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종종 이렇게 온다. 아마 Cooking 섹션을 구독할까 말까 고민하며 구독 결제 페이지에서 결제창을 두어 번 닫았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Cooking 뉴스레터는 모닝 브리핑보다 훨씬 더 개인적이고 친근한 톤이다. 약 열 문단짜리 에세이가 하나 온다고 보면 된다. 시시콜콜하게 떠드는 느낌이 재밌어서 편히 읽게 된다. 실제로 Cooking을 구독할지, 하지 않을지는 아직도 결정하지 않았지만 이 브랜드가 어떤 콘텐츠를 어떤 톤으로 제공하는지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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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트머리에 본문에서 추천했던 레시피들의 링크를 모아놓았다. 흥미로운 점. 데일리 브리핑에서는 별도의 소셜 공유 버튼을 삽입하지 않았지만, 레시피에는 버튼을 삽입한다. 음식을 해먹는 행위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이걸 해먹으려면 이거 어때? 하고 같이 먹을 사람에게 물어봐야 하고 누가 장을 볼지, 집에 재료는 있는지 얘기해 봐야 하니까. 물론 레시피를 핑계로 말을 걸고 수다를 걸기에도 좋고 말이다. 어느 콘텐츠나 무분별하게 소셜 공유 기능을 붙이기보단 필요한 곳에만 소셜 공유 숏컷을 제공하는 선택이 현명하다고 느꼈다.


WP - 선거 관련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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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국 대선을 가장 쉽게 팔로업할 수 있도록 도운 게 WP가 보내주는 비정기적인 선거 뉴스레터였다. Election 2020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중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발송하는 이 뉴스레터들은 발생할 이벤트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 혹은 WP가 푸시하는 칼럼들을 제공한다.

위의 캡처는 10월 8일에 있었던 부통령 후보 때 온 뉴스레터다. 토론 시작 세 시간 전에 메일을 발송했다. 발생할 이벤트에 대한 훌륭한 리마인더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관련된 정보를 모두 모아 제공한다. 다른 플랫폼을 찾아보거나 검색할 필요도 없다. 이제는 적절한 타이밍에 기사를 내는 것만큼이나 적절한 타이밍에 뉴스레터를 보내는 것도 중요해진 시대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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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기사도 이렇게 모아서 보낸다. 선거 기간에 쏟아지는 심층 분석 기사의 주목도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사실 그저 묶음기사로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기사들은 일일이 읽거나 링크를 타서 확인하기가 제법 귀찮으니까. 굳이 하나하나 기사를 읽지 않아도 일단 읽은 것 같은 기분… 을 내기에도 좋다. 이 뉴스레터를 통해 실제로 기사에 유입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 뉴스레터는 WP의 슬로건(Democracy dies in darkness)에 밀착한 좋은 브랜딩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꾸준히 독자에게 구독/후원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을 잘 하고 있구나’ 같은 느낌을 충분히 받는다.


WP - The washington post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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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개인적으로는 WP에서 보내는 뉴스레터 중 가장 별 관심없이 넘기는 뉴스레터긴 하다. 아마 내가 영상매체에 별 관심이 없어서일 것이다. WP는 자체 영상, 중계 등을 꽤 꾸준히 푸시하고 있는데, 이런 뉴스레터는 WP가 단순히 텍스트 위주의 신문사가 아니라 종합 미디어를 다루는 조직이라는 것을 어필하는 데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본다. (영상 이벤트들의 주제는 다소 학구적인 것들이 많아 다수에게 뿌리는 뉴스레터의 전환율이 얼마나 효율적인지는 의문이지만.)

간결하게, 정밀하게, 알맞게

짚어본 사례들을 생각해보면 두 미디어가 공유하는 뉴스레터의 편집 원칙이 몇 가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1. 본문을 간결하게 편집한다.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는 단순한 편집을 추구한다.

  2. 뉴스레터의 목적에 정밀하게 톤을 맞춘다. 하드 뉴스는 기사체로 브리핑하고, 쿠킹 콘텐츠는 블로그처럼 쓴다.

  3. 미디어의 브랜드에 알맞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강화한다. 이 미디어가 어떤 브랜드로 인지되고 싶은지를 뉴스레터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대단히 개인화된 정보를 뉴스레터에서 제공할 필요는 없다. 사실, 뉴스레터는 그보다 흥미가 있을 만한 기사와 정보를 떠먹여주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확고히 굳혀 독자에게 ‘돈을 낼 만 하다’는 인식을 주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잘 만든 뉴스레터의 가치는 그렇게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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