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구독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해 체크해 볼 다섯 가지 이슈

여는 말: 구독, 너도나도 ‘해볼까’ 하지만

미디어가 사양산업이 되어가고 있다(정확히는 더 이상 유의미한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지겨울 정도로 익숙하다. 사실 익숙하다못해 지겨운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업계 관계자라면, 이런저런 논의를 하다가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의 벽에 부딪혀 좌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뉴스를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굳이 신뢰도가 높은 개별 언론사를 찾아보는 대신, 뉴스 어그리게이터나 플랫폼, 혹은 소셜 미디어로만 뉴스를 소비한다. 자사 사이트 온라인 광고만으로는 미디어 회사를 먹여살릴 정도의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 수익성이 떨어지니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가 힘들다. 좋은 콘텐츠가 없으니 독자가 떨어져 나간다. 전형적인 악순환이다.

이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구독경제 구축에 나선 미디어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는 <NYT>다. 디지털 퍼스트를 선언하며 스노우폴 등 콘텐츠의 포맷에서도 꾸준히 혁신을 시도해온 <NYT>는 디지털 구독 수익이 전통적인 광고 수익(지면 등)을 넘어서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삼았고, 최근 이 목표를 달성했다. 니먼랩은 <NYT>를 비롯해 디지털 구독을 성공적으로 일궈낸 몇 개의 미디어를 꼽아 ‘진정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낸 미디어’라고 칭한다. (니먼랩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기준이 궁금하다면 이 글을 확인할 것.)

디지털 구독은 미디어에게 분명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꾸준히 들어오는 정기적인 수입은 콘텐츠 생산자가 콘텐츠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독경제의 규모가 커질수록 매력적인 콘텐츠의 볼륨도 늘어나고, 이 콘텐츠는 다시 구독자를 불러들인다. 사양산업에 맞서는 이상적인 선순환이다. 하지만 절대로 쉬운 선택지는 아니다. 대부분의 유료 구독제/페이월은 실패하고 있고, 유료 구독제에 긍정적인 독자의 수는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특히 한국에서는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 일을 낯설어하거나 꺼려하고 콘텐츠에 돈을 쓰더라도 뉴스(미디어) 콘텐츠에는 지불할 용의가 굉장히 적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구독경제를 구축할 수 있을까? 5년간 한국 시장에서 유료 구독제 버티컬 미디어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독경제를 고려하는 미디어 관계자가 생각해 봐야 할 점을 정리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정말 볼거리가 많은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보자

콘텐츠 구독 상품을 설계하는 입장에서는 얼마의 값을 매기든 ‘와, 이 정도면 진짜 싼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기가 매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구독 상품을 고려할 정도의 미디어라면 버티컬하든 제네럴하든 미디어만의 오리지널 콘텐츠 볼륨이 제법 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매일, 혹은 일정한 주기로 업데이트하는 새로운 콘텐츠까지 생각하면 소비자에게 정말 합리적인 가격으로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느낄 법 하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와 콘텐츠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는 달리 소비자는 구독 상품을 현저하게 꺼리거나, 효용이 높지 않다고 느낄 가능성이 극도로 높다.

개별 언론사/미디어가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의 볼륨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또한, 수치로만 확인했을 때 데이터베이스에 쌓여 있는 콘텐츠 중 상당한 볼륨은 콘텐츠의 ‘철’이 지나 더 이상 독자가 찾지 않거나 관심이 없어 독자를 유인하는 콘텐츠로 기능하지 못한다. 이러한 콘텐츠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필연적으로 재가공을 거쳐야 하는데, 재가공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는 게 미디어 회사 대부분의 현실일 것이다. 결국 소비자가 미디어 구독을 하지 않게 되는 첫번째 이유는 정말로, ‘볼 게 없어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제안

구독 상품의 타겟으로 삼은 독자(audience)가 구독으로 접근 권한을 얻는 콘텐츠를 얼마나 샅샅이 읽을지 시나리오를 작성하거나, 인터뷰를 진행해 상품의 실제 효용을 측정한다. 기사가 수십 만건 있어도 구독자(subscriber)가 그걸 매일 뒤져가면서 찾아 읽는 게 주요한 행동 패턴이 아니라면, 결국 그 수십 만건에 달하는 기사의 가치는 구독자에게 0이므로.



둘째. 당신의 경쟁자는 넷플릭스다

일단 첫째 문제에 대한 점검을 마쳤다고 가정하자. 분명히 볼 것도 많고, 타겟 독자가 매일 들어와서 계속 체크하고 읽거나 볼만한 콘텐츠도 많다. 그런데 왜 독자들은 구독을 주저할까? 좋은 콘텐츠는 결국 돈이 된다는 믿음은 버려야 하는 걸까? 여기서 의외의 경쟁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정기 구독료가 4,900원만 넘어가도 수십 만 편의 VOD를 제공하는 왓챠와 경쟁해야 하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도 경쟁해야 한다.

구독 서비스의 문법에 익숙한 젊은 세대조차 뉴스 구독에 호의적이진 않다. 로이터 인스티튜트(Reuters Institute)에 따르면 내년에 딱 한 가지의 미디어 구독만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문항에 45세 이하의 단 7%만이 뉴스를 골랐다.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응답은 동영상 스트리밍과 음악 스트리밍이었다.

제안

정반대 방향의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나. 대규모로, 싼 값에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 <NYT>와 <Washington Post>의 경우처럼 한 달에 0.5달러 등 프로모션을 수시로 진행하고, 프로모션이 없더라도 정기구독의 가격을 낮추어 반드시 필요하진 않고 일종의 교양 소비로 인식되는 뉴스 구독을 ‘할 만 하게’ 만든다.

둘. 극히 소규모로 비싼 값에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 확장성은 기가 막히게 작지만 안정적인 수입을 추구한다면 시도해 볼 만 하다. 이런 종류의, 이른바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의 경우 첫번째 조건을 훨씬 까다롭게 충족해야 할 것이다. 또한, 후술할 세번째 조건도 훨씬 까다롭게 충족해야 한다.





셋째. 입안의 혀

언론사가 기획하는 구독 상품의 핵심 딜레마다. 나의 구독 상품이 구독자가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구독자가 듣기를 원하는 말을 하고 있는가? 이 부분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구독으로 돈을 벌 수 없다. 최근 한국에서는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띤 유튜브가 크게 흥행했다. 해당 채널의 크리에이터들이 얘기하는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수많은 시청자들이 이들을 후원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구독자가 구독 콘텐츠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슬픈 사실이다. 공정하고 퀄리티 높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취재한 기획취재나 르포 기사 정기구독보다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음모론을 퍼뜨리는 유튜브가 구독 수익을 더 올리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가치를 지키면서, 동시에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속된 말로 말하면 ‘이 콘텐츠는 누구의 편인가?’ 혹은, ‘이 콘텐츠는 어떤 집단을 대변하나?’다.

reuters institute report 2020-2

물론 유튜브에서 그렇게 극단적이고 전혀 사실이 아닌 콘텐츠가 흥행한 결과는 명확하다. 이런 식으로 유튜브의 신뢰도가 한국에서 떨어진다면, 유투브 기반 구독 생태계는 오래 버티기 힘들어질 것이다.

극단적인 콘텐츠에 대한 독자의 호응이 높은 것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위에 언급한 로이터 인스티튜트의 저널리즘 리포트에서도 이 대목을 명확하게 짚고 있다. 각국의 극우 언론 인지도 뿐만 아니라 해당 언론을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뉴스 매체로 꼽는 이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전체 파이를 놓고 볼 때는 적은 수지만, 중요한 건 이 상승세다. 들어야 할 메시지를 전하는 것보다, 듣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는 게 콘텐츠를 통한 직접적인 수익에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제안

반드시 미디어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가치를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구독자 모델에 대한 정밀한 설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구독 상품으로 구성하고자 하는 콘텐츠가 어떤 독자에게 가장 잘 어필할지 분석을 거쳐, 독자가 원하는 핵심 가치를 지키기만 하면 된다. 언론사로서의 가치와 구독자가 요구하는 가치가 거의 충돌하지 않는 사례로는 <NYT>나 <The guardian>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독자는 공정한(대부분 진보적인 가치를 지닌) 보도를 요구하고 두 언론사는 이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충실히 쌓아올려 왔다. 콘텐츠의 색깔을 잘 확립해 이에 딱 맞는 구독자를 확보한 사례로는 <Wired>를 꼽을 수 있다. 독자는 <Wired>에 긱geek 한 콘텐츠를 기대하며 <Wired>의 구독자라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브랜드를 어느 정도 확립한다. <Wired>는 이런 ‘힙스터’스러운 감성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프린트를 중단하는 수많은 매거진 사이에서도 꾸준히, 꿋꿋하게 프린트 버전을 출판하고 있다.

즉, 이전의 그 어느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이 콘텐츠 생산자에게 VoC의 중요성이 커진 셈이다. 최소한 콘텐츠 자체의 생산 관행을 바꾸지 못한다면, 이것을 독자들이 원하는 언어와 형태로 재가공 하려는 노력은 있어야 한다. 다만 보유한 브랜드의 가치와 일관되지 않은 재가공 과정을 거친다면 목표로 한 독자들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전파하기는커녕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우후죽순 쏟아지는 한국 언론사들의 유투브 채널을 꼽고 싶다.

이미 동영상 촬영 및 편집 노하우와 인력이 축적되어 있는 방송사가 유튜브에 진출하는 것은 (해당 채널 운영의 실제 효용과는 별개로) 충분히 납득 가능하지만, 텍스트 콘텐츠를 주로 발행하는 언론사들의 무리한 유투브 진출은 콘텐츠의 퀄리티를 당연히 보장할 수 없다. 물론 여기에 많은 예산을 쏟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인턴 인력과 임시고용한 인력으로 동영상 촬영 및 편집을 진행하는데, 임시 조직에서 퀄리티 높은 콘텐츠가 탄생하는 것보다는 아마 길을 가다 10만원을 주울 확률이 높을 것이다. 낮은 퀄리티의 콘텐츠는 낮은 시청자 유입으로 이어지고, 낮은 시청자 유입은 유의미한 지표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의 효용에 대해서 조직 내부에선 시간이 갈수록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러느니 차라리 그 예산으로 이미 가지고 있는 텍스트 콘텐츠를 어떻게 재가공해 유료 구독을 할 만한 독자를 유혹할지 연구하는 TF라도 출범시켰다면 장기적으로 훨씬 좋은 결과를 냈을 것이다.

washington post newsletters

또한, 구독자 타겟을 구체화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콘텐츠를 끊임없이 어필해 구독자에게 구독의 필요성을 납득시키는 방법도 있다. <Washington Post>는 구독 상품을 구매한 독자에게 곧바로 <Washington Post>가 제공하는 70여종의 뉴스레터를 소개한다. 이중 관심있는 주제, 혹은 브리핑 뉴스레터를 선택해 구독할 수 있다. 일종의 구독 안의 구독인 셈이다. 광범위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중 일부만 도려내 관심있는 사람에게 제대로 배달하는 셈이다.


넷째. 구독 서비스가 충분한 정서적 만족감을 주는가?

구독 서비스가 제공하는 콘텐츠 자체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을 거쳤다면 다음은 구독 서비스의 정서적인 상품가치에 대한 고민을 할 차례다. 구독자들이 실제로 콘텐츠를 향유하거나, 콘텐츠에 쓰는 시간이 높기 때문에 구독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구독 서비스의 대부분은 ‘기분’의 영역에 관여하는 소비다. 넷플릭스, 왓챠, 애플 뮤직, 플로, 유투브 프리미엄 등 습관적으로 구독하고 있는 서비스들을 생각해보라. 이 서비스를 자주 활용하지 않는 시기가 오더라도 언젠가는 계속 볼 거니까/구독을 끊었다 다시 하기 귀찮으니까/없으면 왠지 허전하니까/드러내놓고 말하진 않지만 이 서비스의 사용자라는 사실이 만족스러우니까 구독을 지속하게 된다.

출판업계의 가장 사랑스러운 고객이 북 호더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유료 구독자 중 가장 사랑스러운 고객은 굳이 콘텐츠를 향유하지 않아도 구독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는 대단히 비합리적인 구독 유지 선택은 결국 브랜드의 이미지에서 발생한다. 이 브랜드를 구독한다는 사실이 개인의 브랜드에 어떤 인상을 더해주는가? 이 이미지가 변질되지 않고 오래 가는가?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라면, 실제로 제공하는 콘텐츠의 퀄리티가 다소 불안정하더라도 롱런할 수 있다. 롱런하면 언젠가는 해당 필드의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브랜드, 혹은 구독 서비스를 위해 독립시킨 브랜드의 프로모션과 정체성 확립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제안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브랜드, 혹은 서브 브랜드를 (이름)의 자리에 넣어 소리내 말해 보자. “나 (이름) 정기구독하는 사람이야.” 여기서 사람들이 현재 어떤 인상을 받을까? 앞으로 어떤 인상을 받기 원하는가? 한 문장으로 축약해 말할 수 없다면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면 안 된다. 한 문장으로 축약해 말할 수 있어도, 그 이미지가 ‘구리다면’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면 안 된다. 자. 예시. “나 뉴욕타임즈 정기구독하는 사람이야.” 왠지 그 사람은 (실제 그 사람이 어떤지와 상관없이) 진보적이고 시사 문제에 관심이 깊은 것 같다. 그러니까, 좀 지성인 같아 보인다. 이런 이미지 말이다.

브랜드의 인상을 강화하기 위해 이미 쌓아온 브랜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적극적인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재정립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당장 가진 뚜렷한 이미지가 없다고 해서 좌절은 금지라는 말이다.

아예 멤버십을 커뮤니티의 형태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례는 꽤 여럿 있었지만 이 경로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커뮤니티를 빌드업하는 비즈니스와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그룹을 여럿 운영하는 언론사들도 이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면 토로했지 여기서 수익을 내지는 못한다.



다섯째. 3년 이상 일관적일 수 있는가?

콘텐츠 구독 비즈니스는 절대로 단기 비즈니스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 구독 비즈니스에 대해 가장 크게 착각하는 지점이다. 구독 서비스를 런칭하기만 한다면 매달 일정 수입이 확보되니 쭉쭉 유기적인 성장이 가능할 거라고 쉽게 유추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여러 이유들로 인해 사람들은 아무리 콘텐츠 자체에 대해 호의적이고 이에 쓰는 시간이 길더라도 지갑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콘텐츠 구독 비즈니스는 바로 그런 회의적인 시선과의 싸움이다. 꾸준히 구독할 만한 콘텐츠를 누적하고 쌓아가다 보면 초반에 큰 규모의 구독자를 유치하지 못한 서비스더라도 결국 유의미한 결과를 낸다. 유료 웹툰 구매 관행을 정착시킨 레진코믹스조차도 처음 7년은 결국 적자를 봤다.

6개월, 1년 정도 구독 서비스를 운영해보고 결과가 신통치 않다고 접는다면 시작하는 의미가 없다. 브랜드와 톤앤매너를 확립하고 명확한 방향을 설정한 채 이를 드라이브 할 수 있는 고정적인 인원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구독에서 곧바로 유의미한 수입을 거두어 구독이 다른 수입원을 재빨리 대체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접어야 한다. 디지털 구독 매체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뤘다고 평가받는 NYT조차도 디지털 구독 수익이 전체 수익의 40% 가량을 차지할 때까지 8년이 걸렸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포맷을 시도하고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콘텐츠를 채워나가야 한다. 그러니 3년이라고 말한 건 어쩌면 굉장히 유한 기준일 수 있다. 가능하면 10년을 내다봐 달라고 말하고 싶다.

제안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독 서비스를 전담할 팀을 만들고 단기/임시 인력이 아닌 풀타임 인력을 제발 배치하자. 구독 서비스는 당장 미디어의 배를 전부 불리지 못하지만, 10년 동안 꾸준히 운영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닫는 말: 그럼에도 구독은 시도해야 한다

구독 서비스를 고려하는 미디어라면 각자 머리가 터져나갈만큼 고민하는 딜레마 지점이 있을 것이다. 콘텐츠가 너무 많이 누적돼 있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거나, 콘텐츠가 너무 없다거나, 콘텐츠를 꾸준히 새로 생산하거나 재가공할 의지는 있지만 이것을 어떻게 브랜드화 해야 하는지 모른다거나, 등등. 당연히 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한국의 특수한 미디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뉴스는 네이버와 다음에서 소비될 뿐만 아니라 해가 가도 변함없이 언론사들에 대한 신뢰는 OECD 국가 중 최저인 환경을 말하는 것이 맞다. 이러한 장벽이 없는 환경에서도 구독 서비스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데, 개별 미디어의 사이트에 접속하는 행동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대상으로는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2020년 리포트에서도 어김없이 미디어 신뢰도 꼴찌를 차지한 한국.

2020년 리포트에서도 어김없이 미디어 신뢰도 꼴찌를 차지한 한국.

하지만 아주 거칠게 요약하자면 성공적인 구독 서비스를 위해서는 돈과 사람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다지 콘텐츠를 돈 주고 보고 싶은 생각이 없는 독자들의 지갑을 열어 구독자로 만들고, 그들이 구독을 종료하지 않도록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하고,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와 알맞는 프로모션 및 이벤트를 진행하고, 정기적으로 독자/구독자의 피드백을 체크해 반영하는 지루하고 정석적인 길만이 결국 구독서비스를 성공시킬 수 있다. 공을 들여 성장시킨 구독 서비스는 분명 먼 미래에 미디어를 먹여살리는 주요 수입원이 된다. 어디 먹여살릴 뿐인가. 불안정하고 변동 가능한 다른 수입원과 달리 고정적인 수입원이므로 회사의 안정과 인원의 안정에도 큰 보탬이 된다.

게다가 구독 서비스 시장은 승자독식의 형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미디어 구독의 경우가 그렇다. 미국에의 유료구독자 중 절반 이상이 NYT나 WP 중 하나, 혹은 둘 다를 구독하며 영국에서는 절반 이상이 The Times나 Telegraph를 구독한다. 유료구독 의사가 있는 독자의 대부분은 단 하나의 미디어에만 유료구독을 할 의향이 짙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는 일의 가치는 생각보다 매우 큰 셈이다.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런데, 제대로 해야 한다. 애매한 리소스를 투자해서 애매한 결과를 쥔 채 ‘구독은 미디어의 미래가 아니다’는 결론을 내리는 안타까운 모습만큼은 보고 싶지 않다. 처음에는 겨우 결혼식 하객 수 정도의 주변인을 동원한 구독자를 확보하는 정도여도 괜찮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확실한 가치를 전달하자. 이를 통해 견고한 미래에 투자하라. 뚜렷한 구독 서비스의 선두주자가 없는 한국의 환경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Previous
Previous

모바일에서 잘 읽히는 글을 만드는 에디팅 수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