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중심으로 사고하는 미디어 조직 만들기

지난 주에는 뉴스 미디어에 제품 중심 사고가 필요한 이유를 정리했다. 오늘은 제품 중심 사고를 실행하고 있는 뉴스 미디어의 커리어 및 채용 페이지를 둘러보며 편집국 위주의 기성 뉴스 미디어가 제품 중심 사고를 실천하는 조직으로 변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힌트를 얻어 본다.


NYT: 디지털 구독 상품을 성공시키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

NYT는 뉴스룸, 기술, 프로덕트&디자인, 마케팅 네 개의 조직으로 나누어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뉴스룸은 우리가 익히 아는 저널리즘 콘텐츠 생산 조직이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세 개의 조직이다.

일단, 기술 조직부터 살펴본다. 기술 조직을 별도의 ‘조직’으로 적시한 것부터 개발자 한두 명만 뽑아 웹사이트의 유지보수를 맡기려는 전통적인 미디어의 접근과는 완전히 다르다. 기술 조직이 비즈니스 목표와 최선의 디지털 콘텐츠 경험을 동일한 목표로 다룬다고 명시한 점도 재밌다.

또한 개발 스킬을 갖춘 이들이 NYT에서 일하면 무엇이 좋고,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별도의 섹션을 할애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 미디어나 관련된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조직은 개발자들이 일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영역 중에서는 굉장히 특수한 영역이기 때문에 반드시 개발자 개인의 성장 로드맵을 제시하고 개발자를 안심시켜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받는 NYT조차 예외는 아니다. NYT는 개발자들에게 배울 시간과 기회를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1년에 1주일은 오로지 기술만 공부할 수 있는 기간을 제공한다는 것처럼).

프로덕트&디자인 조직은 iOS와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 웹사이트, 이메일 뉴스레터 템플릿, 그리고 NYT에서 제공하는 멀티미디어 경험을 책임지는 조직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추어 콘텐츠를 프로덕트 관점에서 생산하는 일을 맡은 이 조직에는 프로덕트 디렉터, 프로덕트 디자이너 등 뉴스 미디어에 생소할 직함이 잔뜩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각 인력이 담당하는 과제가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NYT에는 이메일과 메시징만 담당하는 리드 프로덕트 디자이너, 독자 경험만 담당하는 프로덕트 디렉터가 있다. 이 조직은 제품이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핵심 가치에 주목해야 하는지 결정했고, 이에 맞춘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마케팅 조직은 기성 뉴스 미디어의 광고국과 비슷한 역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NYT가 이 조직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읽어보면 전혀 다른 목표와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Our job is to answer the question, “Why is quality journalism worth paying for?”

구독제로의 전환을 회사의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조직의 핵심 가치로 포용하는 마케팅 조직은 단순한 광고 관리 팀을 넘어선다. NYT의 마케팅 조직에는 구독자 성장만 담당하는 헤드가 있고, 미디어 성장 전략만 담당하는 매니저가 있다. 마케팅 조직은 본질적으로 돈을 버는 조직이지만 그 목표가 제품의 핵심 가치(유료로 구독할만한 뉴스 콘텐츠)를 저해하거나 침해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간다. 조직이 잘 정렬(align)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WP: 기술력은 회사의 핵심이자 미래

WP는 별도로 현재 조직이나 팀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제공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 채용하는 직업군리더십 목록, 이사회 목록을 교차해 보면 어느 곳에 힘을 쏟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Arc publishing의 출시 이후, WP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고 기술력으로 미디어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목표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실제로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아래의 조직이 여섯 개나 된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 뉴스 프로덕트 개발, 프로덕트, IT 서비스 딜리버리, 플랫폼 엔지니어링, 오디언스 개발 및 분석 조직이 그것이다. 이중 프로덕트 조직과 플랫폼 엔지니어링 조직을 Arc Publishing을 만드는 조직으로 추측해 볼 법 하다. 다른 부서는 현재 WP가 서빙하는 뉴스 프로덕트의 개선과 유지보수를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익화 조직에서도 Client solutions를 다루는 리더가 따로 있는데, 아마 이 팀이 Arc publishing의 수익화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P는 비즈니스 모델이자 성장 전략으로 뉴스의 프로덕트화 뿐만 아니라 퍼블리싱 플랫폼의 프로덕트화를 선택했고, 이를 위한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저널리즘 인력도 전통적인 취재 인력이 아닌 디지털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는 인력에 더욱 집중한다. 현재 채용하고 있는 멀티플랫폼 에디터는, 한 마디로 SEO만 하는 사람이다. 각 플랫폼에 맞는 최적의 제목을 작성하고 최적의 이미지를 찾아 링크하고 포토 갤러리의 캡션을 쓰고 각 기사의 디지털 요약본을 작성하는 일만 수행한다. 이러한 일을 본질적으로 취재와는 완전히 다른 능력을 요구함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동시에, 전문성을 갖춘 디지털 최적화 인력의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뉴스레터만 담당하는 뉴스레터 에디터도 채용하고 있으며 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ESP(Email Service Providers)에서의 경험, 혹은 프로덕트 매니저, 개발자와 일한 경험을 중시하고 있다.

프로덕트 조직으로 분류되는 인력들은 프로덕트별로 나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기술기반 스타트업이나 기업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구조다. 피처별로 프로덕트 오너를 세우는 서비스 중심 조직처럼 WP는 홈페이지 담당 프로덕트 매니저, 비디오 담당 프로덕트 매니저, 구독 담당 프로덕트 매니저 등을 채용하고 있다.


The Atlantic: 성장하려면 조직부터 바꿔라

작년에 백만 명 이상의 구독자 증가세를 보이며 가장 혁신적인 미디어 회사로 꼽히고 있는 더 애틀란틱의 조직을 살펴본다. <The Atlantic>은 디렉터 및 스태프 전원의 목록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The Atlantic>만의 성장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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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성장만을 담당하는 Senior vice president가 있다. 그리고 Customer growth와 Data and insight로 팀이 나뉘어 있다. 각 팀의 직함을 세세히 살펴보면 다각도에서 맡은 태스크를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독자 성장을 위한 문구만 작성하는 Copywriter, 그들의 온보딩과 안내 마테리얼을 작성하는 Technical writer가 별도의 인력이다. SEO만 담당하는 이력도 있다. 디지털 마케팅만 담당하는 매니저도 있다. <The Atlantic>이라는 유로 콘텐츠 프로덕트를 성장시키기 위한 접근 방식이 명확하다. Data and Insight 팀은 수익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일까지 맡고 있다. <The Atlantic>의 놀라운 유료 구독 성과는 바로 이 팀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Digital Products & Technology 조직도 흥미롭다. 이 조직은 사실상 제품 중심의 서비스 스타트업과 동일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기획, 디자인, 엔지니어링, 그리고 청중(즉 타겟) 리서치 팀. 특히 개발팀이 프로덕트 조직 인원의 절반 정도를 구성한다는 점까지 비슷하다.

새로운 목표를 위한 새로운 조직

디지털 혁신, 제품 중심 사고, 린한 업무 진행… … 모두 구색 좋은 말로만 느껴지고 실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다면, 지금 나의 조직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사람을 뽑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정말로 제품 중심 사고에 필요한 인력을 갖추고 있는가? 그들을 조직의 핵심 구성원으로 밀어주고 있는가? 그들에게 조직 내 권한을 충분히 부여하였는가?

제품 관점에서 뉴스 미디어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제품 관점의 조직부터 갖춰야 한다.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뉴스 미디어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바꾸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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