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회고: 보관함 정렬필터 고도화

보관함 정렬필터 고도화는 왓챠피디아 스쿼드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왓챠피디아는 다양한 유저액션과 네 개의 콘텐츠 카테고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보관함에는 정말 최소한의 정렬과 필터 기능만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 결과 자신이 보관한 콘텐츠를 다른 방식으로도 정렬/필터링해 원하는 콘텐츠를 빠르게 브라우징하고 싶다는 VOC가 꾸준히 들어왔다.

종종 스쿼드는 소소한 배포를 통해 VOC 중 작업 규모가 작은 것은 빠르게 쳐내기도 했지만 (이를테면 상영시간 짧은 순-긴 순 정렬 같은 경우, 서버사이드가 빠르게 작업해 배포하면 되는 태스크였기 때문에 VOC가 들어온 다음주에 바로 배포했다) 왓챠피디아는 유저의 콘텐츠 여정에서 콘텐츠 감상의 전, 후를 모두 커버하고 있다. 보관함은 특히 ‘보고싶어요’와 ‘보는 중’, ‘평가한’ 콘텐츠를 도메인별로 모아 보여주기 때문에 보관함의 고도화는 곧 왓챠피디아의 핵심가치를 상승시키는 태스크이기도 했다. 그래서 스쿼드는 2021년 10월 27일, 웹툰 도메인 출시 이후의 일감으로 보관함 정렬필터를 선택했다.


프로젝트 요약

목적: 보관함의 정렬 및 필터 고도화

기간: 기획부터 릴리즈까지 12주(약 스프린트 네 개)

인원: PM 1인(본인), 디자이너 1인, 개발 3인(And, iOS, Server)

플랫폼: And, iOS

리전과 언어: KR, JP


초기 기획과 논의

서비스의 방향성을 살리면서도 기존에 제공하는 보관함 기능을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유저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저들이 보관함을 사용하는 양태를 가장 먼저 살펴봤다. 최근 한 달 동안 평가한/보고싶어요/보는 중에서 유저가 어떤 정렬 기능을 가장 자주 사용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담은 순'이 모든 보관함에서 가장 많은 이용 횟수를 보였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유저액션의 종류에 따라 자주 사용하는 정렬이 미세하게 차이가 났다. 예를 들어, '보고싶어요' 보관함에서는 담은 순 다음으로 예상별점 순 정렬이 자주 쓰였다. 관심이 있거나 감상할 예정이라서 체크해둔 콘텐츠가 담긴 보관함이기 때문이다. 반면 '평가한' 보관함에서는 한 달 동안 예상별점 순 정렬이 단 2회 있었다. 이미 평가한 작품의 예상별점은 중요한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되려, '평가한' 보관함에서는 가나다 순 정렬이 담은 순 다음으로 많이 쓰였다. 이는 이미 평가한 작품을 가장 쉽고 빠르게 브라우징하는 방법으로 가나다순이라는 예상 가능한 순서를 택한 것으로 풀이했다.

총 11가지의 정렬 기준에 대한 데이터를 확인하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첫째. 담은 순은 별도의 정렬을 선택하지 않아도 보관함 진입시 디폴트 정렬값으로 설정한다. 둘째. 보관함 공통으로 사용횟수가 적은 정렬을 제거해 목록을 줄인다.

저 조그마한 역순 인디케이터 아이콘을 얼마나 붙이고싶었는지 모른다.

데이터를 살펴본 이후 보관함의 정렬과 필터에 대한 VOC를 꼼꼼히 살피고 이중 적용이 가능한 것을 발라냈다. 특히 그중 가나다순과 가나다 역순처럼 같은 정렬의 역순 관계를 가지는 항목이 하나로 묶이지 않고 '역순'이라는 단어가 붙은 채 별도의 정렬로 나뉘어 있는 점 등은 UX 측면에서도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점이었다. 또한, 필터 항목을 세세하게 제공하면 좋겠다는 VOC가 상당수 있었다. 이를테면 영화 보관함에서 연도, 국가, 장르, 감상가능한 OTT별로 필터링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는 취향에 부합하고 '지금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빠르게 찾아주는 왓챠피디아의 사명과도 부합한다.


구체화

이렇게 데이터와 VOC를 기반으로 보관함 정렬필터를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지 작은 개선점부터 모았고, 이를 하나의 기획으로 체계화해 정리했다. 초벌 기획안을 문서화한 후, 이를 바탕으로 UI/UX 레퍼런스 리서치를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함께했다. 기능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방향을 잡은 후 기획안을 바탕으로 와이어프레임-로우파이를 거쳐 2주 후 스쿼드에 전체 공유했다.

전체적인 형태를 픽스하면서 가장 집중했던 작업은 필터와 정렬의 옵션 목록화였다. 각 콘텐츠 카테고리별로 다중선택이 가능하며 콘텐츠 브라우징에 유효한 필터를 제공하기 위해 각 도메인의 메타데이터를 책임지는 콘텐츠 메타데이터팀과 의견을 여러 번 주고받았다. 그 결과 우리가 제공하는 메타데이터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필터가 탄생했다.

별점필터는 큼직하게, 잘 보이게, 이미 열린 형태로 제공하기로 했다.

필터와 정렬의 옵션을 목록화한 다음에는 상당히 길고 방대해진 필터 및 정렬의 UI를 심도깊게 논의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옵션이 많고, 필터 같은 경우는 여러 개의 중복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필터 여러 개를 적용했을 때의 값을 AND로 뽑아낼지 OR로 뽑아낼지부터 별점 필터 항목을 사이드바에서 항상 열린 상태로 둘지, collapsed해둘지까지 각 요소가 어떻게 사용자가 기대하는 논리적인 결과를 도출해낼지 사내배포를 통해 끊임없이 실험했다. 또한 필터와 필터가 충돌하거나 특정 필터의 경우 기술적으로 단일 적용만 가능해, 이를 어떻게 예외처리할지 등의 엣지 케이스를 꼼꼼히 체크하고 플랫폼과 리전에 따른 차이 없이 동일한 정책을 가져갈 수 있도록 집착적인 문서화를 실현했다.

테스트해보면서 발생하는 케이스를 하나하나 챙긴다. 귀찮아도 다 챙겨야 한다.

필터와 정렬의 옵션을 확정한 다음엔 이 필터와 정렬에 실제로 의미있는 결과값이 걸려들 수 있도록, 각 옵션에 해당하는 콘텐츠 메타데이터의 태그를 리스트화해 체크했다. 이 과정은 콘텐츠 DB를 B2C로 제공하는 서비스에는 사실 필수인 과정이다. 콘텐츠 메타데이터는 날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세분화되어 하나의 콘텐츠가 방대한 연결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 목록을 사용자에게 날것으로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왓챠피디아의 콘텐츠 메타데이터에는 거의 200개에 다다르는 장르와 서브장르 태그가 있다. 하지만 이 목록을 보관함의 장르 필터에 고스란히 노출시킬 수 없다. (당연하게도.) 그래서 이 200여개의 장르 태그가 보관함에 노출되는 장르 필터 중 어느 필터와 매칭되어야 하는지 분류하고 연결하는 작업이 필수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 작업을 장르 뿐만 아니라 제공하기로 한 모든 필터에서 콘텐츠 메타데이터팀과 함께 진행했다.

배포와 그 이후

이후 폭풍같은 연말결산과 연말특수(모두가 휴가를 번갈아 즐기는 때에는 굳이 프로젝트의 진행을 초조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없다. 처음에 프로젝트 기간을 연말을 고려해 산정하기도 했다.)를 거쳐 2월 중순에 플랫폼별 심사가 완료되는대로 개선한 보관함 정렬필터 기능을 배포했다. 이후 보관함 정렬필터 기능을 유저가 얼마나 잘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각 정렬 및 필터의 데이터를 뽑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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